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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본생활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터 12년 -1. 2011-03-11 14:46

by ispie 2023. 3. 11.

당일 16시 6분 촬영 - 지진으로 금이 간 사무실 벽

벌써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도 12년이 지났습니다.

당시 현지에서 나름 개고생을 했던지라... 그때의 사진과 함께 일본생활 이야기를 글로 남겨 보려고 합니다.

1. 지진 발생

11년도에는 도쿄 타마치에서 일하고 있었는데(고객처가 그랜 파크타워 였던거 같은... 기억이 가물가물) 오후 3시가 가까워 올 무렵 갑자기 큰 지진이 꽤나 길게 일어나서 다들 뭐지? 뭐지? 하고 당황해 했습니다.

 

일본은 워낙에 자주 지진이 일어나다보니 지진이 나도 그냥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보며 "너는 흔들어라 나는 일하겠다~" 인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 날은 수직으로도 흔들어대고 기분나쁜 진동이 계속되다보니 평소와는 달리 책상 밑에 몸을 숨기는 사람들도 몇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건물 전체 안내방송으로 밖으로 신속대피하라라는 안내를 받고 당시 11층이었나... 나름 고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운행중지 상태였으므로 계단을 통해서 모두들 1층 건물앞으로 내려갔습니다.

 

건물 앞에(큰 건물이라 앞에 여유공간이 제법 컸음) 다들 모여서는 안부확인(安否確認)을 하고 인원을 체크하는데 또 그 와중에 서버에서 작업을 하다가 온 것이 있다는 동료 개발자의 말에(이놈은 그와중에 자기혼자 빨리 대피한다고 슬리퍼 차림으로 대피함..-^-) 여진이 계속 되고는 있지만 일은 일이므로 같이 다시 11층으로 올라가서 서버 동작확인하고 다시 내려왔던게 기억이 나네요... 이름도 아직 기억난다 히로시놈...

 

그렇게 30여분?을 건물 앞에서 다음 지시사항(사무실로 복귀할건지... 귀가조치를 할건지 등)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쯤부터 정확한 뉴스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고 후쿠시마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는것을 다들 파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후쿠시마의 쓰나미 소식이 들리면서, 도쿄도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바로 다시 건물 3층 이상으로 대피하라는 지시가 떨어져서 다들 급하게 계단으로 사무실로 복귀하였는데 아마도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도쿄는 쓰나미에는 안전하다... 라고 건물 내에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2. 귀가 난민 (帰宅難民)

그렇게 귀가를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지진으로 일부 지하로 운행하는 사철을 제외한 모든 JR은 운행중지가 되어 버려서 집에 못가는 상황이 발생... 어쩔 수 없이 도보로 집에 갈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게 되었습니다(일본에선 자차로 출퇴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됨).

당시 지하1층에 있었던 피코크 스토어(한국에 있는 피코크와 연관이 있나.. 하고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연관성은 1도 없는듯)에서 도시락을 사와서 저녁을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그리고 지진이 일어난 직후부터 휴대전화는 먹통이었습니다(도코모인 사람만 일시적으로 반짝 통화가 되어서 다들 그분 휴대전화 빌려쓰느라 바빴던 기억이 있음..). 아마도 통화량이 급증해서 였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다른 일본인 동료들이 가족에게 전화를 해야하는데 전화가 안된다는 말에 뭐 난 딱히 지금 급하게 연락할 필요는 없으니까. 라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녁이 가까워 질수록 인터넷 뉴스에 이번 지진 규모가 너무 커서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어 있는겁니다... 

 

어라? 이러면 가족이 뉴스를 보고 걱정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로 직접 연락하는 것은 포기하고, 전화는 되지 않지만 Twitter 등 인터넷 서비스는 가능했던지라 Twitter로 오사카에 사는 한국인 친구에게 연락해서 부모님에게 난 무사하다고 대신 연락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전철이 다니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들 건물에 비치되어 있는 담요와 생수, 칼로리메이트를 배급받고(일본은 재난이 많아선지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서는 이렇게 비상식량등을 구비해 둔다더군요)  자리에서 유투브와 인터넷 뉴스를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3. 쓰나미..

밤이 가까워 올수록 지진 이후 발생한 쓰나미에 대한 피해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쓰나미가 무서운게... 지진이 발생한 다음 시간차로 오는데 쓰나미가 수해만 입히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가스/전기 시설을 건드려 2차로 화재 피해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이 불바다가 되는 영상이 뉴스에 비쳐지자 앞서 언급했었던 지진 발생직후 슬리퍼 차림으로 도망쳤었던 동료 한명이 울먹이면서 저 마을 바로 앞쪽부근에 아버지가 사신다면서 그날 밤새 사색이 되어 있었던 것이 기억에 선명하네요...
(다행히 동료의 아버지는 무사하셨으나 지진으로 집에 가스가 끊기고 주먹만한 구멍이  뚫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음)

 

4. 겨우 귀가

제 기억으로는 새벽이 다가오면서 JR이나 사철(지하철)이 운행하는지 계속 홈페이지로 체크하는데 JR은 꿈쩍도 않고... 그나마 지하로 다니는 철도는 아침부터 하나 둘 운행을 재개하여 동료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 당시 집이 사이타마여서 JR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놈의 아라카와(荒川)를 건너질 못하는 상황이어서 계속 기다리다가.. 9시인가 10시인가에 팀원들은 다 귀가한 상태에서 "먼 곳에 집을 얻은 내가 문젠가.."(돈이 문제...) 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사철을 갈아타고 갈아타면서 어떻게 아라카와까지는 건너고... 평소 1시간도 안걸리는 거리를 전철과 도보로 3시간 가량 허비하여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당시 아이폰4를 구입하고 얼마 안되었던 때였는데 도보로 걸어갈때 GPS 지도 기능이 정말 유용해서 그때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꾸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1년 3월 12일 토요일 그날은 유독 햇빛도 화창하고 사이타마는 정말 지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진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긴 했음) 너무 멀쩡하고 피해도 없어 보여서(도쿄는 지인들이 본인 직장 근처 유리가 깨졌다거나 하는 등의 피해 소식을 알려주던 참이었음) 정말 거짓말 같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원전 멜트다운 뉴스도 있긴 했지만 쓰나미가 너무나 큰 비극이라 주말까지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여진도 너무 많았고.. 하지만 ... 최종보스는 지진이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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