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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본생활

2019년 한 해를 돌아보며

by ispie 2019. 12. 31.

올 한해는 길었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서 적응해 보려고 고군분투 하느라 정신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이사만 해도 자잘하게 3번을 했고 취업활동과 퇴직을 반복했습니다.

1. 귀국해서 좋았던 점

1-1. 마이너리티 -> 메이저리티

더이상 마이너리티가 아닌 내가 주류로서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의 생활이 매우 쾌적하고 안심감이 들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 투표로 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복지혜택 등에 있어서도 더이상 일본에서 외국인 전형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게 해 주었습니다. 각종 처리가 일본에 비하면 매우 빠르고 전산화가 되어 있어 편리하다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1-2. 한국 음식 very good

신오쿠보나 각종 한인마트가 아닌 모든 마트 슈퍼 편의점에서 한국 라면을 살 수 있고 부산오뎅이 있으며 한국 조미료가 있다는 것은 최고입니다. 국밥도 좋고 곱창도 좋고 각종 분식도 매우 좋습니다... 반찬 리필 문화도 최고구요.

사람들과 만나면 다들 한식이 아닌 색다른 퓨전요리나 일식, 베트남 요리등을 먹으러 가고 싶어하지만 저는 당분간은 몸이 밀린 한식을 땡겨하고 있기 때문에 한식을 선호할 것 같습니다.

1-3. 겨울에도 따뜻한 집

집 by 집 입니다만 제가 지금 지내는 원룸은 겨울철에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실내 온도가 20도 이상이라 매우 따뜻합니다. 일본에서 단열도 안되고 온돌도 없이 우풍있는 집에서 매년 떨며 어떻게 지냈나 싶습니다...

2. 귀국해서 힘들었던 점

2-1. 취업

일본에서의 경력은 소위 물경력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일본계 회사 외에는 경력을 제대로 챙겨받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IT의 경우에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서 Java의 비중이 어마어마해서 제가 주로 다루어 왔던 기술분야는 몇번만 채용공고를 챙겨보면 그 회사가 그 회사... 인 경우도 허다해서 더더욱 취업이 어려웠습니다.

2-2. 은행 업무 & 부동산 관련

전 10년 이상 일본 생활을 하며 한국 계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대부분 휴면계좌가 되어 새 통장을 개설하려고 해도 한도제한 계좌 밖에 개설이 되지 않아서 일정 조건을 클리어 하여 한도제한이 없는 계좌를 개설/한도를 풀 때 까지 매우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도 일본에서 월세만 줄곳 내 오다가 한국에서 전세를 찾고 들어가려고 하니 알아봐야 할 것도 많고 어려운 것도 많고..... 아 정말 힘들었습니다....

3. 귀국 예정인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본->한국)

3-1.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엔 긴 경력은 도리어 방해만 됨

한국에서 개발자로 전직을 할 경우, 대부분의 회사가 30대 초반 이하의 경력 3~5년차 정도를 제일 선호하며,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개발자는 선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맥 채용이 아닌 채용공고를 통한 전직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일본에서 5년 정도만 일하고 한국으로 전직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경력이 그 이상으로 길어져도 연봉이나 대우는 더 좋아지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물론 100군데를 떨어져도 1군데만 되면 되는 것이 취업이기도 하니, 경력이 길고 마이너한 기술이라고 해도 자신과 제일 적합한 포지션을 찾는다면 전직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닙니다.

3-2. 한국에 있는 일본계 회사는 비추

일본 경력이 있는 경우에 일본계 회사는 일본 근무경험과 일본어가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여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들에 비해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에게는 취업문턱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단점이 있어 개인적으로 비추합니다.

1) 일본회사의 단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일본계 회사는 일본사람 > 일본사람과 친한 한국사람 > 나머지 한국사람 으로 계급이 나누어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일본에서 회사 생활하면서 자주 봐 왔었을 일본인의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한국에서도 경험하고 싶으시다면 매우 추천합니다. 그리고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 일본회사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일본의 회사생활에 답답함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한국에서 그런 것들을 참아야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2) 개발자 경력을 살리기가 어려움

IT 개발자의 경우 다른 외자계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만, 일본계 회사의 개발직은 사실상 외주개발의 관리 또는 전산관리의 포지션인 경우가 많고 회사 입장에서도 외국계이기 때문에 언제든 철수가 가능하도록 직원을 늘리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개발자로의 경력을 이어가기가 힘들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설령 개발이 가능한 포지션이라 할지라도(일부 기업은 한국에 SW팀이 존재함) 일본 본사가 요구하는 기준의 사양서를 작성하고 일일이 리뷰를 받아 답답하게 개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개발을 좋아하는 입장이라면 비추하고 싶습니다.

3) 일본이란 나라가 내 미래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일본이 쌓아온 기술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앞으로 일본이란 나라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라고 물으면 전 더이상 성장은 어렵고 올림픽 이후는 본격적인 하락세가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른 외국계 회사도 동일하겠습니다만 일본계 회사에 다니게 되면 일본의 경기와 경제 성장, 일본과 한국과의 관계를 본인도 직접적으로 느끼고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생활할 때 일본내의 혐한감정, 한일관계 등을 주시하며 눈치를 보는 것이 매우 피곤했기 때문에 한국에서까지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 싫다고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비추합니다.

3. 결론

귀국하고 벌써 7개월째인데 전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젠 일본에 다시 돌아갈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제 사회생활의 모든 기반이 있었던 곳이 일본이니 만큼 한국에는 전혀 기반이 없어서 하루하루 맨땅에 헤딩을 하고 있습니다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일적으로는 귀국 후 일본근무 경력과 일본어로 나름 수월하게 일본계 회사에 들어갔으나 위에 언급된 내용+@로 짧은 근무기간 동안 개발자로서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으로서도 만족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미련없이 퇴직하고(개발 관련 스펙을 요구했으나 업무는 관리&번역이 대부분...), 다시 고난의 취업활동을 거쳐 다행히 좋은 곳과 인연이 닿아 내년부터 개발자로서(!) 일하게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아직 귀국을 고민하고 있을 때는 주변의 한국 사람들이 "다들 한국에 가면 후회한다." "내가 아는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다 후회하고 다시 일본에 오고 싶어 한다." "이러이러한 한국인의 특성 때문에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에 가면 적응 못한다." 등등 갖은 회유와 협박(?)을 당했는데 그 동안 한국이 빠르게 바뀌어서 그런지 한국을 떠난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한국의 나쁜 습성이 상당히 많이 개선이 되었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제가 한국에서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는 덕분에 일본에 있는 친구들이 섭섭해 하는데... 이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최근의 블로그 유입 키워드를 보면 일본에서 한국으로 귀국을 생각하거나 준비하는 분들이 제 블로그를 보러 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무쪼록 결정과 준비에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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