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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일본생활

내가 생각하는 일본생활의 장단점 - 장점편

by ispie 2018. 10. 23.



일본에 온지 만으로 13년째, 일본인과 결혼하지도 않고 오직 맨몸으로 헤딩해서

취업비자에서 영주권까지 딴 30대 후반의 한국인 여자가 생각하는 일본 생활의 장단점 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생활의 장점

(과 장점이 아닐수도 있는 이유)


1, 일본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등 일본이 생산하는 일본문화가 좋으면 일본 생활이 즐거울 수 있다.

-> 요새는 10여년 전과 달리 한국에서도 시차 없이 일본 애니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으며 만화는 전자서적으로 바뀌는 중이라 한국에서도 구입이 수월해 졌습니다... 무엇보다 나이 먹으면 인생의 비중에서 갈수록 덕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줄어듭니다.



2,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전시회나 콘서트 등을 즐기기 좋아한다면, 그리고 수도권에서 생활한다면 한국보다 즐기기가 쉬운것 같다.

-> 요즘엔 한국도 개성있는 맛집이나 과자집도 늘어서 딱히 일본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전시회와 콘서트는 한국 가수들을 포함해서 유명 가수들이 일본에 자주 오는 편이고 자잘한 라이브도 많아서 이쪽에 취미를 두고 있는 사람들은 좋아 보입니다. 물론 수도권이나 오사카 정도가 아니면 일본도 시골에서 맛집이나 전시회 같은건 꿈도 못 꿉니다. 대히트 애니 [너의 이름] 에서 시골에 사는 여주인공이 카페에 가고 싶다고 징징대는게 드문일이 아닙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도쿄중심의 수도권 외엔 고령화와 더불어 쇠퇴가 가속화 중이기 때문에 동네 상가골목에서 90%가 셔터 내린 동네도 흔합니다.



3, 친척이랑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을 경우에 외국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명절에 얼굴을 안봐도 된다. 결혼 안하냐? 애인있냐? 등등의 친척들의 질문세례로 인한 명절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 이건 국내에서 일해도 지역이 다르거나 가정사정에 따라 겪지 않는 경우도 많고...그래서 일본생활의 장점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4, 다른 사람과 만날때 호구조사를 덜 당하기 때문에 개인사생활을 존중받는 느낌이 듬. 그래서 개인주의가 쩌는 사람은 일본이 적응하기 쉽다.

-> 그만큼 남들도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 기준이 높지만 이건 일본인들도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주로 20~30대가 그렇다는 말이고 50대 이후 아저씨 아줌마들(시골 출신이나 시골은 40대 정도부터)은 한국이랑 비슷하게 큰 관심을 보이면서 호구조사 하는 경우도 많고 본인들도 원체 외롭다 보니 거리감 없이 다가오려고 달려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민폐 끼치지 않다라거나 일본인은 예의 바르다느니 그런 얘기도 오기전엔 많이 들었는데 일본에 온 초반에 전철 타다가 일본인 둘이서 과격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역무원이 달려오고 전철이 멈춘다거나, 아래층에 정신이 좀 불안정한 사람인지 신경질적인 사람이 살아서 매일밤 맨션내의 가스 검침기가 있는 철문을 쾅!쾅! 하고 두드린다거나 뭘 거하게 착각한건지 나를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생각하고선 우리집 현관문에 협박문을 써 놓는다거나(물론 그길로 바로 협박문을 들고 경찰 찾아갔습니다. 나중에 몇 번 더 경찰이 확인차 찾아 왔고 그때 아래층에 정신이 좀 불안정한 아저씨가 살며 그 사람이 이런 일(소음 및 협박문)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아저씨의 또 다른 타겟이 된 옆 집 아가씨가 몇 달도 안되서 도망치듯 집을 비우고 이사를 간다거나... 한국에서 5년 자취 하면서도 안 겪었던 레벨의 일을 수시로 당해서 딱히 일본인이 예의바르고 민폐 안끼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인바인 사바사....



5, 사람에 따라 한국보다 취업이 쉽다. 특히 외자계는 일본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고 있는 외자계가 상당수 있기 때문에 기회를 잡기 쉽다. 한국처럼 토익/토스를 디폴트로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외자게/초대기업은 제외) 스펙도 크게 안보는 경우가 많아서 대졸 무경험자로 20대 초중반이면 취업이 수월하다.

-> 전직은 전직 횟수를 기준으로 경력도 안보고 떨구는 회사도 많아서 IT업종이나 서비스 직종외엔 더 어려움. IT도 일부 회사는 애초에 중도구인을 낼때 [20대~30대 초반:전직횟수 2번까지/30대 이후:3번까지]로 칼같이 정해놓기도 합니다(참고로 제가 본건 소프트 뱅크 계열사). IT는 그나마 조건에 따라 전직이 가능하나 일반 사무직은 업종 가리지 않고 매우 힘들고 전직횟수, 정직원 여부를 진짜 깐깐하게 따지기 때문에 제 주변 여자들 중에 절반 이상이 정직원 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파견으로 사무직에 종사하였습니다(그 중 일부는 미국/캐나다에서 대학도 나왔는데...).


그리고 여자면 나이 따지는건 일본도 마찬가지로 마지노선은 29~31정도. IT는 좀 덜하지만... 그리고 한국인 유학생의 경우 도중에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유학을 오거나 남자는 군대 문제도 있어서 20대 후반~30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할 경우에는 나이로 커트라인 당해서 취업을 못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주변의 유학->취업 노선을 탄 친구들에게서 들었습니다). 일본은 군대를 가지 않기 때문에 20대 후반만 되어도 이미 경력 5년 이상 베태랑이라 굳이 나이 많은 외국인 신입을 쓰는 경우는 많이 없어 보였습니다(일본인들도 하기 싫어하는 일자리는 예외입니다).



6. 중국의 미세먼지가 덜하기 때문에 하늘이 맑고 공기가 좋다.

-> 한국쪽에 가까운 큐슈랑 서일본은 한국의 아랫동네랑 마찬가지로 미세먼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대신에 태풍/지진/방사능/화분증이 있습니다.



저 하얀 가루가 다 삼나무 꽃가루(スギ花粉)이고 이 꽃가루로 고통받는 일본 거주자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저도 일본에 온지 5년째 즈음에 발병하여 1년에 절반 가까이는 알레르기 약을 먹고 버티고 있습니다..




7. 다른 해외취업에 비해 일본에서 한국 가는 비행기는 꽤 싸다.

-> 큐슈 출신이 도쿄에서 일하면서 고향에 돌아갈때 드는 비용이 한국가는 비용보다 더 비싸서 날 부러워 했습니다...



8. 우유나 유제품 값이 싸고 맛있다. 식료품이 물가에 비해 저렴하다.

-> 방사능 때문에 산지 다 따져봐야 하고 물도 수돗물에 세슘 누출되서 발칵 뒤집힌 적이 있어서 최근까지 요리할때 쓰는 물도 다 생수를 써서 물값이 엄청 나갔습니다. 그것도 일본 생수는 못 미더워서 외국생수(볼빅 등) 사서 마셨습니다. 밖에서 먹는건 어쩔 수 없지만 집에서 해 먹을때라도 챙겨먹어야지 싶어서.



9, 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일본음식을 맘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문제는 전 한식을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식도 잘 먹습니다만.



10, 휴일이 한국에 비해서 많다. 3연휴가 자잘하게 있음과 동시에 골든위크, 실버위크 등 장기 휴가가 있다.

-> 회바회로 업무에 따라 연휴 사이에 유급휴가를 못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책임감이 요구되는 업무는 휴일중에 불려나와서 일하기도 합니다(IT에선 흔한 일). 장기휴가도 업무에 따라 못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전 휴가때 한국을 갈때도 주말을 껴서 5일 이상 휴가를 쓴 적이 없고 요즘 몇년간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주말을 포함해서 3일 정도로 짧게 다녀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온 이후로 여행같은 것을 간 적도 없습니다. 해외여행 = 한국 고향집 가는 것....


일본에서는 휴가를 쓰는게 부담이 없다는 말을 하는 한국인들도 많은데 그건 회바회, 업무 바이 업무로 일본에서도 노동 인구의 40%는 유급 신청률이 40% 이하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일하는 사람의 5명중에 2명은 유급을 절반도 못쓴다는 얘기지요. 그리고 그 2명중 1명은 유급의 1/5도 못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 가족들에게 들어보니 요즘은 한국도 주 5일 근무가 정착되고 있고(지방은 아직 주 6일 근무도 많아보이지만) 대체휴일도 늘어서 10여년 전에 비해서 쉬는 날이 늘었다고 하니 부러워 하려면 일본보다 유럽쪽을 부러워 합시다...



11, 한국에서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했던 사람들은 업무환경이 한국보다 낫다.

-> 회바회로 일본도 월화수목금금금인 회사는 있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자녀교육이나 출산수당/육아수당등의 장점을 많이 이야기 하던데 독신이라 장점이라 생각나는건 이정도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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